수지, 한계 없는 아이콘의 모든 얼굴 [보그 디올 화보]
2023년 2월 26일 보그에 공개된 수지의 디올 화보와 인터뷰를 정리해보았다. 수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미지 이상의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미쓰에이로 데뷔해 ‘Bad Girl Good Girl’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국민 첫사랑으로 떠올랐고, 드라마 <배가본드>에서는 테러범을 쫓는 국정원 요원으로 활약했다. 공항에서는 ‘인간 디올’로 불릴 만큼 패셔너블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오프더레코드’ 영상에서는 쌩얼로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는 친근한 모습도 보여준다. 어느덧 스물일곱이 된 수지는 연기, 음악, 패션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20대 여성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영화 <원더랜드>와 드라마 <스타트업> 촬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를 5월, 가로수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파리와 덴마크 여행 이야기를 꺼내며 오랜만의 여유가 즐거웠다는 수지는, 처음 무대에 선 기억으로는 명절마다 할머니 댁에서 친척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부르던 시절을 떠올렸다. 학교 축제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켈리 클락슨의 곡을 부르며 랩까지 시도했던 어린 시절은 이후 JYP 연습생 시절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연습 전 몸을 풀기 위해 늘 들었던 곡은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Click Click Click’, 키샤 콜의 ‘Fallin’ Out’, 비욘세의 ‘Sweet Dreams’와 트레이 송즈의 ‘Can’t Help but Wait’ 등으로, R&B풍의 음악이 그녀의 기본기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수지는 SNS에서는 팬들과 직접 대화를 많이 나누기보다는, 주로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이나 일상 사진을 올리며 소통한다. 팬들이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장 자신다운 공간은 혼자 운전하는 차 안이라고 말한다. 운전하며 음악을 듣는 시간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며, 신호가 떨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나가는 자유로움이 그녀에게는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된다.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방식도 간결하다. 외출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최대한 늦게까지 자고도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서 돌려놓고 잠에 든다. 그녀가 생각하는 ‘쿨한 여자’란 자기만의 속도와 신념을 유지하는 사람이며, 그런 면에서 제니퍼 로렌스나 두아 리파를 떠올렸다. 최근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은 두아 리파의 ‘Physical’과 존 메이어의 ‘New Light’이다.

패션 이야기를 꺼내자 수지는 디올 앰배서더로서 참석한 파리 컬렉션에서 직접 본 제니퍼 로렌스와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쇼가 시작되기 전 옆자리에 앉은 여성에게 “익스큐즈 미”라고 정중히 말했지만, 나중에 단체 사진을 통해 그 여성이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배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였음을 알게 되어 놀랐다고 한다. 디올은 그녀에게 우아하면서도 신념이 강하고 변화에 열려 있는 브랜드로 다가온다. 이날 촬영한 디올 2020 프리폴 컬렉션 중에서는 화이트 셔츠, 베레, 와이드 스커트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고, 최근 가장 아끼는 아이템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핑크색 ‘레이디 디-라이트’ 가방과 블랙 롱 튤 스커트다.

패션에 관한 관심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까지 이어진다. 앤 해서웨이의 변신 장면은 여전히 그녀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90년대 슈퍼모델들의 이미지를 편집해 올리는 @the90ssupermodels 계정을 즐겨보며 유행은 결국 돌아온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요즘엔 그림 그리기와 빈티지 조명 수집에도 빠져 있다. 덴마크에서 루이스 폴센 조명을 직접 사서 들고 올 정도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현재 촬영 중인 영화와 드라마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들로, 시나리오가 신선하고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아 큰 고민 없이 선택했다고 한다. 영화는 김태용 감독과의 협업이 꿈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고 즐겁게 촬영 중이며, 드라마도 익숙한 감독과 작가와의 작업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전했다. 연기자, 가수, 모델로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수지지만, 그녀는 아직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다. 특히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그녀는 ‘수지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어 뷰티 콘텐츠를 직접 소개해보고 싶다는 계획도 조심스레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