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변신의 아이콘, 브루넬로 쿠치넬리 화보, 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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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는 지난 2년을 정글짐을 탐험하듯 보냈다. 목표는 정상에 닿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은 수많은 갈림길을 거치는 여정이었다. 영화 독전 2(2023)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드러냈고, 드라마 지배종(2024)에서는 인공 배양육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끌었다. 또한 무빙(2023)에서는 멜로, 액션, 그리고 모성까지 소화하며 다양한 감정을 연기했다. 이후 그녀가 향한 곳은 일본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틱 어나니머스(가제, 2025)에서는 대사의 90% 이상을 일본어로 소화하며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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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을 선택할 때 10대 아이의 엄마 역할이 큰 부담이었어요. 부담이 크다 보니 대사도 잘 외워지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취감을 느낀 작품이에요.” 독전 2에서 ‘큰칼’이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선택할 때도 용기가 필요했다. 배우로서 지난 시간을 지탱해 온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노력하는’ 태도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그 결과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있다. “가끔은 저만의 도전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 있는데, 저는 새로운 얼굴을 꺼내려고 했으니까요. 물론 그런 도전을 잘 해냈을 때 박수를 받지만, 대중이 기대하는 것과 제 도전 사이의 거리감을 느끼게 돼요. 요즘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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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고민은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 찬란한 유산(2009), 동이(2010), 뷰티 인사이드(2015) 등을 통해 ‘멜로의 여왕’으로 불렸지만, 사실 그녀의 스펙트럼은 그보다 훨씬 넓었다. 감시자들(2013)에서는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경찰을, W(2016)에서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캐릭터를, 해피니스(2021)에서는 감염병으로 인해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된 경찰을 연기했다. 그녀가 선택한 멜로 작품조차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오직 그대만(2011)에서는 시각장애인을, 반창꼬(2012)에서는 저돌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구조대원을 연기했으며,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연인을 사랑하는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할리우드 드라마와 일본 영화에도 출연하며 다양한 영역을 넓혀온 것도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그녀의 성격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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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성적이면서도 모험심이 강한 것 같아요. 새로운 걸 개척하는 걸 좋아하고, 한 번 했던 건 또 하기 싫어요. 그래서 같은 멜로라도 다 다른 작품을 선택했던 거예요. 정말 닥치는 대로 도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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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넘나든 것은 성격 때문이라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욕심’ 때문이었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작품을 만나면 꼭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 오디션을 보면서 문을 두드렸죠.” 그런 모험을 하면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녀의 태도 덕분이었다. “저는 한 번 선택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아요. 그냥 그 선택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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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대중이 원하는 것과 내가 도전하는 것 사이의 거리감”을 고민하게 됐다. 배우에게 끊임없이 변신을 주문하면서도, 대중은 한때 사랑했던 모습을 가장 반가워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고민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뒤를 생각하지 않는’ 태도로 계속해서 정글짐을 탐험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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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효주는 그동안의 도전이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옷도 여러 가지를 입어봐야 자기한테 어울리는 걸 알게 되잖아요?(웃음)” 20대의 그녀는 배우라는 직업을 삶의 에너지로 삼았다. “그때는 개인적인 생활을 따로 고려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의 비중이 컸어요. 이제 와서 돌아보면, 일과 생활을 분리해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그게 잘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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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는 여전히 2009년 찬란한 유산을 방영하던 시절 한 시청자가 눈물을 흘리며 “덕분에 다시 삶을 얻었다”고 말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시던 분이었는데, 그 작품을 몇 번이고 돌려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이 일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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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연기는 그녀에게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일상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도 않고,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도 않아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속에 쌓인 감정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어요.” 그래서 그녀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일이 저를 살렸다고 생각해요. 만약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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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애착이 깊은 사람은 일을 단순한 ‘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그녀에게는 연기가 생활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한효주는 앞으로도 미련 없이 도전할 것이다. 성격대로, 욕심대로, 자신의 방식대로. 그것이 그녀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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